“아빠......” 서진희는 대담하게 불렀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서씨 집안 사모님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 네 이 계집년! 천한 것! 너였구나! 너였어!” 서진희는 놀라서 어디로 숨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놀라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씨 집안 사모님의 날카로운 손가락은 이미 서진희의 이마를 찔렀다. “너 이 천한 것! 너…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네 그 천한 엄마가 여기 오라고 보낸 거지!” “순진한 우리 가령이, 너 대체 우리 가령이를 어떻게 속였길래 애가 널 들어오게 만든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분노한 눈으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너 정말 교양이 없구나! 너 어떻게 들어왔어? 누구야! 누가 널 이 집에 들인 거야?” “아빠, 제가 진희예요. 진희라고요, 제가 아빠 딸이잖아요, 방금은 제가 피아노 잘 쳤다고 칭찬해 주시지 않았어요?” 그녀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용감하게 자신의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가 매우 보고 싶었다. “아빠......” “꺼져!” 15-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는 서진희를 바닥으로 발로 차버렸다. “누가 네 아빠야? 어디서 굴러 들어 온지도 모르는 이 잡종아! 당장 꺼져! 우리 집에서 꺼지라고!” 15-16살짜리 남자아이는 이미 어른만큼 키가 컸고, 그가 서진희를 발로 차니 진희는 아파서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그녀는 놀라고 겁먹은 채로 모든 사람들을 보았다. 마지막엔 고가령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러나 고가령은 눈물을 머금고 서진희를 보았다. “서진희! 너 진짜 뻔뻔하다, 다 계획된 거였구나! 너 나 이용한 거지?” “가령아, 넌 내 베프잖아.” “바람난 엄마를 둔 너 같은 사람이랑 베프를 어떻게 해! 너 나랑 사실 오래전부터 친구하고 싶었지? 서진희 너 진짜 계산적이다! 너 꺼져, 지금 당장 우리 이모 집에서 나가! 이 뻔뻔한 애야!” 말을 하면서 고가령은 울었다. “내 생일인데! 내 생일도 다
하마터면 앞니도 빠질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의 마음만은 알았다. 너무 너무 미웠다. 집에 돌아온 뒤, 서진희는 얼굴도 안 씻고, 엄마에게 달려가 화를 냈다. “왜! 엄마는 나를 왜 낳았어! 나 낳아서 뭐하려고!” “왜 그래 우리 딸, 무슨 일 있었어?” 주희진은 마음이 아파서 아이를 보았다. “넘어진 거야? 팔에 멍도 들고, 살도 까지고, 누가 너 때렸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다 혼내줄게!” “그 남자야! 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 남자가 이렇게 만들었어!” 서진희는 차갑게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멈칫하다가 주희진은 맑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엄마, 내가 미안해,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엄마…” 12살짜리 어린 아가씨는 무력하게 울었고, 그녀는 엄마의 머리를 안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누가 저희 엄마 좀 살려주세요…” 그때는 핸드폰도 없을 시절이었다. 12살짜리 아가씨는 울면서 소리치다가, 이렇게 하면 엄마의 목숨을 못 구할 걸 알고, 밖으로 뛰쳐나온 뒤 편의점에 가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10분 뒤, 병원에서 구급차가 왔다. 주희진의 운이 좋았어서 그녀가 병원에 입원한 그 기간에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 주희진 것과 딱 맞았다. 그래서, 주희진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 일 때문에, 서진희는 1년동안 휴학을 하고 엄마를 보살피는데 전념했다. 1년 후, 엄마가 회복을 한 뒤, 그녀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의 쫓아냄 하에 이사를 갔다. 서진희는 다른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영원히 서가네 대문에 들어오지 말라는 명을 받았다. 어느 날, 서진희는 밖에서 우연히 서씨 집안 사모님을 마주쳤고, 사모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욕을 했다. “계집년, 천한 것, 뻔뻔한 것,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야.” 듣기 힘든 저 단어들을 15-16살짜리 소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서진희는 서가네 문 앞에 섰다. 두 명의 집사는 문지기처럼 서서 16살짜리 어린 아가씨를 보았다. “누구 찾아!” “사모님 찾으러 왔습니다.” 진희은 입술을 깨물며 굴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서가네에 오기 싫었지만, 엄마가 곧 죽을 테니 안 올 수가 없었다. “사모님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야! 얼른 꺼져!” 집사는 아예 서진희를 더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서진희는 처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가면, 엄마의 그 절망적인 눈빛을 봐야하는 거 아닌가? 16살짜리 진희는 문 앞에 쭈그려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저녁까지 기다리면, 어쩌면 혈연관계인 자신의 아빠인 남자가 돌아올 테니, 오늘까지 기다렸다가 안 오면, 내일 아침엔 적어도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진희는 문 앞에서 저녁 내내 기다렸다. 저녁 식사 시간, 서가네 차 한 대가 섰다. 차에서 서씨 집안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이 집 도련님과 진희의 친구 고가령이 내렸다. 고가령은 바로 서진희를 보았다. “너 이 천한 것! 왜 또 우리 이모랑 이모부 집 앞까지 찾아온 거야?”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를 노려본 뒤 뒤돌아 집사에게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집사는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선생님, 제가 쫓아냈어서 간 줄 알았는데, 여기 이렇게 숨어있을 줄은 몰랐어요.” 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진희 앞으로 걸어왔다. “너가 여기 하루종일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너 집으로 돌려보낼 거야! 니네한테 필요한 생활비도 다 줬어! 너 다시 우리 집 앞에 나타나면 네 목숨까지 가져갈 거야!” 서진희는 눈물을 머금고 친 아빠를 보았다. 그녀는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매우 굴욕적이었다.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될까?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그녀가 당당하게 서가네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서가네 아가씨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녀
그녀는 자신이 피를 토할까 봐 무서웠다. 그녀는 아직 보살펴야 할 엄마가 있어서 죽을 수 없었다. 그녀가 죽으면 엄마는 어떡하란 말인가? 16짜리 아이는 그렇게 비릿한 피를 생으로 삼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나약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곧 죽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사모님을 꼭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엄마가… 사모님의 일찍 돌아가신 딸과 관련된 일이라고, 엄마가 한번 오시래요.” 서씨 집안 사모님은 듣자마자 굳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저희 엄마가 사모님께 직접 오시라고 했어요.” 그리고 서진희는 바로 달려갔다. 그녀는 달려가지 않으면 피를 토할 것 같았다. 그녀는 서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봐 두려웠고, 그녀의 나약함을 건드려서 더 괴롭힐 것만 같았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집에 가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맞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서진희는 춥고 또 아프고, 자신의 명치가 불에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몰랐다. 그저 어둠속에서 풀더미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푹신해 보이길래 그 풀더미 위에 엎드렸다. 서서히 그녀는 자신이 기절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엔 중년부부가 있었다. “얘야, 일어났니?” 여자가 물었다. 서진희는 자신이 어딨는지 몰라서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봤다. 여긴 흙으로 만들어진 집이었고, 집안은 매우 낡아 있어 자신과 엄마가 사는 집보다 더 낡았다. “혹시… 여기가 어딘가요?” 서진희가 물었다. 이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긴 교외야, 우리는 여기 농사 짓는 사람들이고. 얘야, 다친 거 같은데, 누구한테 맞았니? 엄마 아빠는? 신고는 했어?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줄까?” 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 “아…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주희진은 딸을 보고 애써 몸을 일으켰다. “얼른! 얼른 서가네로 돌아가. 사람들이 내 말을 믿었어. 왜냐면 엄마가 곧 죽을 거니까, 엄마 말을 믿은 거야. 진희야, 기억해, 서가네에 가서 몰래 네 오빠 머리카락을 찾아서 갖고 있어. 아니면 그 집 사모님 머리카락도 좋아.” 진희는 울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머리카락은 왜?” “그 사람들이 유전자 검사하는 걸 방지하려는 거야. 넌 네 아빠의 딸인 건 맞지만, 사모님 딸은 아니잖아. 네가 사모님 딸이어야만 서가네에 들어갈 수 있어. 아니면 그 사람들은 널 인정해주지 않을 테니까.” “엄마, 나 서가네 가기 싫어…” “엄마 말 들어 진희야. 이제 그 사람들이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 다들 네가 죽은 줄 알았던 딸인 줄 알아서, 사모님도 널 싫어하지 않을 거야.” “아니, 엄마. 나 안 갈래.” “이런 멍청한 것,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엄마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널 챙겨줄 수 없어. 엄마는 곧 죽을 목숨인데, 넌 아직 대학도 가야하고, 널 챙겨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데, 엄마는 널 더 이상 보살펴 줄 수 없어!” 서진희는 울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그 사람들은 날 인정해주지 않을 거야. 우리는 영원히 서가네에 들어갈 수 없어. 왜냐면 내 아빠라고 하는 그 사람은 정자만 제공해줬잖아, 딱 그 뿐이었다고!” “사람들은 날 영원히 남 취급할 거야, 엄마가 알기나 해?” 엄마는 그저 울면서 그녀를 쫓아내려 했다. “난 신경쓰지 말고, 얼른 서가네로 돌아가!” 엄마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자 서진희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렇게 하자. 만약 조만간 그 사람들이 다시 여기로 날 찾으러 온다면, 그땐 내가 같이 갈게. 근데 여기로 날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내가 돌아가고 싶어도 난 못 가.”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주희진은 눈이 흐릿해질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마음 속에 딸에 대한 무한한 죄책감이 이미 정점을 찍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로 일주일 뒤, 주희
원래 아이를 입양하면 부부는 노후에도 의존할 곳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넓고 관대한 법망 아래서 결국엔 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 부부가 잡혀간 뒤로 효진은 또 다시 고아가 되었다. 원래 공장에서 출근을 할 수 있었던 효진은, 서씨 집안 사람들의 수색을 피하느라 공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돌아갈 집이 없었다. 호텔에 살 수도 없었고, 월세집을 얻을 수도 없었다. 제일 가난하고 초라할 때는 육교에서 밤을 지샌 적도 있었다. 육교 아래서 그녀에게 무례한 짓을 하려던 나쁜 사람도 만났었다. 그녀가 나쁜 사람들에게 맞서고 있을 때, 임지강을 만났다. 그때의 임지강은 공장에서 일하는 나름의 직장인이었다. 임지강은 이 아이의 이름이 원효진이라는 걸 들었고, 그녀를 구하고, 그녀를 데려가서 일자리도 찾아주었다. 이렇게 또 1년이 지나서, 효진은 자연스럽게 임지강과 연애를 했다. 2년 후, 서진희가 21살이 되던 그 해에 서진희와 임지강은 결혼했다. 둘의 결혼식은 심플했다. 임지강은 늘 서진희가 타지에서 온 아가씨인 줄 알아서 결혼 전까지만 해도 이 여자에게 잘 해주었다. 하지만 결혼한 후에는 불 같은 성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특히 임지강이 부공장장으로 승진됐을 땐 더욱 심했다. 그때, 서진희는 막 임신을 했었고, 승진한 임지강은 갈수록 성질이 안 좋아졌고 , 얼마 안 지나 공장에 실습을 하러 온 실습생과 바람을 피웠다. 그 실습생은 여대생인 허영이었다. 서진희가 자신의 남편과 공장에 새로 온 여대생이 부적절한 관계인 걸 알았을 때 서진희도 소란을 피웠었다. 하지만, 그녀가 상간녀를 어떻게 하기도 전에 서진희는 임지강에게 세게 뺨을 두대나 맞았다. “넌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어디서 온 줄도 모르고, 신분도 가짜고! 문화도 없고, 학력도 없고, 게다가 살인범의 딸이잖아!” “에휴,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양부모가 살인을 해서 감옥에 들어갔잖아, 설마 그때 그 안 좋은 일을 당한 딸이 너는 아니
아무런 목적지도 없던 서진희는 큰 길을 걸으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배는 점점 아파왔고, 그녀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자신이 앞으로 더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뱃속의 아이도 낳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순간, 서진희는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앞뒀을 때의 고심이 이해가 됐다. 엄마가 죽고,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 남아서 살아가기엔 너무 고달펐다. 그녀는 엄마가 당시에 자신을 낳으려고 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서진희는 엄마의 무덤 앞으로 가서 오후 내내 울었다. 저녁이 거의 다 되어가자 그녀는 갑자기 배에 더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 무덤에서 걸어나올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포복을 하던 그녀는 나약하게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먼저 그녀를 구하러 온 건, 한 절름발이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은 힘겹게 서진희를 리어카 위로 부축한 뒤, 리어카로 서진희를 끌고 산부인과에 데려다 주었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장애인은 서진희를 위해 내줄 돈이 없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서진희에게 물었다. “가족은요? 가족 없어요?” 서진희는 고통스럽게 말했다. “저 가족 없어요…” 한 몸 안에 두 생명이 있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무덤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다고, 그의 월급을 먼저 땡겨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묘지의 상사는 말했다. “퇴직할 거면 그렇게 해줄게! 저번 달 월급도 당장 줄 수 있고, 이번 달에 네가 일한 10일치 급여까지 같이 계산해서 보내줄 수 있어!” 장애인은 바로 일을 그만 뒀다. 한 달 반 어치의 월급은 받았는데도 겨우 4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서진희의 입원비로는 충분했다. 서진희에게 입원비를 주고 나니 장애인에겐 남은 게 없었다. 그는 혼자 이렇게 큰 도시에서 지낼 곳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 복도에서 서진희가 출산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루 뒤, 서진희는 딸을 낳았
그 저택은 계속 팔리지 않았고, 저택 문은 손으로 당기면 열렸다. 서진희는 안으로 들어갔더니 곰팡이 냄새가 잔뜩났다. 집은 낡고 허름했으며, 곳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는 됐다. 그녀는 엄마의 오래된 집에서 살게 된 이후로, 또 엄마가 생전에 있었던 나무 상자에 담겨 있던 그림 몇 개를 꺼내서 갤러리에서 돈을 받았다. 돈은 많지 않았지만 모녀의 두 달치 생활비 정도는 됐다. 하지만 좋은 날들은 길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 서진희가 아이를 데리고 식재료를 사오던 길에, 엄마의 저택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았고, 그 사람들은 서씨 가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집을 잠그기 위해서 새로운 잠금 장치로 바꾸러 왔다. 그리고 안에 있던 생필품들을 다 바꿨다. 나가기 직전에 서씨 가문 가정부가 한마디 했다. “요즘은 진짜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것 같아요. 병 들어서 죽었던 사람이 살았던 저택에도 사람이 들어와서 살다니. 애초에 여기 사람이 살 수 있긴 한가요?” “왜 못 살아요? 노숙자들이 살기엔 딱이죠, 여기가 하수도보단 훨씬 낫잖아요.” 서씨 가문 가정부는 서진희 옆을 지나쳤으면서도 그들은 서진희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 했다. 그때도 서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을 파견해서, 서씨 가문 작은 아가씨를 찾으러 곳곳을 찾아다녔고, 이미 그게 몇 년이나 되었다. 그 순간 서진희는 속으로 너무 우습다고 생각했다. 이게 진짜 서씨 가문 작은 아가씨를 찾는 게 맞나? 만약 정말 마음이 아프고, 정말 찾고 싶다면, 어떻게 못 찾을 수가 있지? 그리고 그날과 동시에 서진희도 지낼 곳을 잃었다. 그녀도 그 날부터 하수도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중에 좀 남은 돈으로 아이의 침구류와 음식 같은 걸 샀고, 또 하수도에 볏짚을 깔고 그렇게 하수도에서의 지하 생활을 시작했다. 하수도에서 자는 그 순간, 서진희는 자신의 엄마가 매우 그리워졌다. 다 같은 엄마지만, 자신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